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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이름의 주인은 누구인가”… 상표권 법정 다툼 너머 ‘브랜드 유산’을 묻다

정진해 입력 2026.09.11 17:1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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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적 독점권과 역사적·사회적 정체성의 충돌… 고유명사 둘러싼 갈등 심화

  • 법전 속 조항 넘어 대중의 신뢰와 공감 얻어야 진정한 브랜드 가치 완성

[한빛국제뉴스][정진해 기자] 

1. 서론 : 이름 하나에 걸린 거대한 가치, 끊이지 않는 명칭 분쟁

매년 기업 브랜드, 지역 특산물 및 축제, 사회적 단체, 그리고 역사적 문화재의 명칭을 둘러싼 권리 분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명칭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주체가 법적 독점권을 주장하는 상황과, 해당 명칭이 가진 공공성·역사적 정통성을 내세우며 이에 반발하는 입장이 첨해하게 맞서는 현상은 이제 흔한 법적 풍경이 되었다.

과거에는 고유명사가 단순히 특정 대상을 다른 대상과 구분 짓는 '식별 기호'에 불과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그 양상이 전혀 다르다. 고유명사 하나에 막대한 경제적 가치, 대중적 인지도, 그리고 장기간 축적된 브랜드 유산(Heritage)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단순한 음절의 조합을 넘어 상징성과 신뢰를 담는 거대한 자산이 되었고, 이로 인해 고유명사를 둘러싼 권리 주장과 배타적 독점 시도는 더욱 격화되고 있다.

2. 갈등의 본질 : '법적 독점권'과 '역사적·사회적 정체성'의 충돌

고유명사 시비의 중심에는 언제나 서로 양보하기 힘든 두 가지 핵심 가치가 부딪히고 있다. 바로 ‘법적 독점권’과 ‘역사적·사회적 정체성’이다.

법적 독점권 (지적재산권의 관점) : 상표법 및 지식재산권 체계 내에서 고유명사는 엄연히 선점과 등록을 통해 보호받아야 하는 사적 자산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막대한 시간, 자본, 노력을 투자하여 구축한 브랜드 네임의 가치를 타인의 무단 도용이나 무임승차로부터 지켜내려는 행위는 법적으로 정당하며 권장되어야 할 정당한 권리 행사다.

역사적·사회적 정체성 (공공성의 관점) : 반면, 특정 고유명사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쳐 지역 공동체나 대중의 기억 속에 공공의 자산이자 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은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해당 명칭을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법적 등록이라는 잣대만을 내세워 독점하려 할 때, 대중과 지역사회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역사적 자산을 빼앗겼다는 강한 거부감과 반발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이 갈등은 "누가 먼저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고 등록했는가"라는 법률적 논리와, "누가 이 이름에 역사적·문화적 서사를 부여하고 대중과 공유해 왔는가"라는 사회적 정통성의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3. 법정의 승자와 대중의 인정 : 독점권이 가져오는 '빈 껍데기'의 역설

이름의 주인을 가리는 법적 공방에서 판결문상의 승자가 되는 것과, 대중의 마음속에서 진정한 정통성을 인정받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차원이다. 법률적 승리가 곧 브랜드의 성공이나 대중적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고유명사 분쟁의 역설이 존재한다.

승자의 역설 (법적 승리, 민심의 상실) : 아무리 법원 판결을 통해 특정 고유명사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을 확정짓는다 해도, 그 과정에서 대중과의 신뢰가 깨지거나 사회적 공감대를 잃어버린다면 그 이름은 상징성을 잃은 '빈 껍데기'로 전락한다. 대중이 외면하는 이름은 더 이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며, 법적으로 보호받는 유령 브랜드로 남을 뿐이다.

재탄생의 가능성 (이름의 상실, 정체성의 유지) : 반대로, 법적 권리를 확보하지 못해 정든 이름을 내려놓고 새로운 명칭을 채택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름이 바뀌더라도 본래 가지고 있던 고유의 정체성, 뛰어난 품질, 그리고 진정성 있는 서사를 변함없이 이어간다면, 소비자와 대중은 새로운 이름 뒤에 숨은 본질을 알아보게 된다. 브랜드는 얼마든지 새로운 명칭을 통해 이전보다 더 강한 정통성을 확보하며 재탄생할 수 있다.

4. 고유명사 갈등의 올바른 해결 모색 : 상생과 정통성의 증명

고유명사 시비의 진정한 해결책은 상대를 법적으로 제압하고 배척하는 '법정 승패'에 있지 않다. 이름을 사용하는 주체가 해당 명칭이 축적해 온 사회적·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유산의 존중 : 상표권자나 권리 주장자는 단지 법적 권리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대중의 기억과 지역사회의 역사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명칭이 지닌 공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타협점을 모색해야 한다.

소통을 통한 정통성의 증명 : 진정한 정통성은 법전의 조항이 아니라 대중과의 지속적인 소통에서 완성된다. 자신이 왜 이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있는지, 이 이름을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와 품질을 제공할 것인지를 대중에게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한다.

대중의 신뢰 확보 : 브랜드와 고유명사의 생명력은 소비자와 대중이 보내는 신뢰와 공감에서 비롯된다. 법적 판결은 권리의 경계를 정해줄 뿐, 브랜드의 영혼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5. 결론 : 우리가 지켜야 할 진정한 가치

고유명사를 둘러싼 수많은 분쟁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은 명확하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단지 몇 개 '음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문자 그대로의 이름이 아니다. 그 이름 뒤에 시간과 땀으로 쌓아 올려진 본질, 정직함, 그리고 대중과의 약속이라는 ‘브랜드 유산(Heritage)’이다.

이름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며,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일 뿐이다. 법전 속 조항에 의존해 이름이라는 그릇만을 탐하기보다, 그 안에 담길 내용물과 본질적인 가치를 올바르게 가꾸어 나갈 때, 비로소 그 이름은 대중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진정한 정통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정진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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