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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이 스트레스인가, 축복인가?

윤치영 입력 2026.10.30 09:45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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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이 스트레스인가, 축복인가?


“일만 하면 버틸 만한데, 사람 때문에 못 다니겠어요.”

직장인들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업무에는 매뉴얼이라도 있지만 사람 마음에는 사용설명서가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제 웃으며 나눈 이야기가 오늘은 오해가 되고, 잘해 보려고 건넨 충고가 관계를 틀어지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과 일은 스트레스인가, 축복인가?

스트레스로만 생각하면 매일 아침 지옥으로 출근하는 셈이다. 축복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내 손길이 필요한 일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셈이다. 출근하는 장소는 같은데 마음속 목적지는 천국과 지옥만큼 멀어진다.

물론 일이 힘들고 사람이 야속한 날이 있다. 필자라고 다르겠는가.

내 직업은 ‘말공장 사장’이다. 말 속에는 인생도 있고 사랑도 있고 행복도 있다. 나는 그 말을 만들고 다스리고, 목소리를 당겨 쓰고, 필요할 때는 시원하게 내지르는 법을 가르친다.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자기 몫을 해내도록 돕는 ‘출세코치’인 셈이다.

면접철이면 말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한 사람의 답변을 다듬고 나면 다음 사람이 들어온다. 자기소개를 듣고, 질문을 던지고, 다시 말하게 하고, 촬영한 모습을 함께 본다. 학생에게는 “목소리에 힘을 실으세요”라고 주문하지만, 정작 내 몸에서는 힘이 빠져나간다.

입은 “한 번 더 해봅시다” 하는데, 허리는 “그만합시다” 한다. 입과 허리의 노사협상이 좀처럼 타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아이고, 사람 상대하는 일이 제일 힘들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예약이 줄고 전화가 잠잠해지면 편안해야 할 텐데,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진다. 바쁠 때는 시계를 보며 끝날 시간을 기다리고, 한가할 때는 전화기를 보며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린다.

사람이 많으면 몸이 지치고, 사람이 없으면 마음이 지친다.

그제야 깨닫는다. 나를 힘들게 한다고 투덜거렸던 그 사람들이 사실은 내 말공장을 돌아가게 하는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이어지는 코칭이 내 체력을 쓰게 하지만, 동시에 내 경험과 지식이 아직 쓸모 있음을 확인해 준다는 것을.

나를 지치게 한 일이 나를 먹여 살리고, 나를 바쁘게 한 사람이 내 존재를 빛내 준다. 이만한 반전이 또 있을까.

물론 사람 덕분에 웃기만 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나는 사람을 잘못 만나 귀한 돈 1억 5천만 원을 잃었다. 숫자로 쓰면 짧지만, 마음으로 감당하기에는 긴 금액이었다. 돈을 잃은 것도 쓰라렸지만, 믿었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더 아팠다.

사람들의 이기심과 자기중심적인 처신에 실망할 때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

그런데 내 인생의 장부를 펼쳐 보면 손실 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덕분에 강단에 섰고, 사람 덕분에 책을 썼으며, 사람 덕분에 오늘도 일을 한다. 강의를 찾아온 수강생, 제자를 소개해 준 지인, 지친 날 안부를 물어온 친구도 있다.

누군가는 내 돈을 가져갔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내 삶을 지탱해 주었다. 나를 실망시킨 몇 사람에게 인생 전체의 평가권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여기서 조금 엉뚱한 이야기를 해보자.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다툼을 피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들으면 똥이 조금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먹을 때는 맛있다고 감탄하고, 배부르면 행복하다고 웃더니, 소화를 마치고 나온 부산물에는 온갖 험한 말을 붙인다. 들어갈 때는 귀한 음식이었는데 나올 때는 천덕꾸러기다. 게다가 며칠만 나오지 않아도 사람들은 애타게 기다린다.

어제까지 더럽다던 것을 오늘은 제발 만나게 해달라고 빈다. 화장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평가가 이렇게 달라진다.

그렇다고 가까이 두고 예뻐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 역할과 사정을 인정해 주자는 뜻이다. 거름이 되어 밭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생명을 키우지 않는가. 우리가 싫어하는 것에도 저마다의 자리와 쓰임이 있다.

세상만사는 이렇듯 한쪽 얼굴만 가지고 있지 않다. 밤이 있어 낮의 밝음을 알고, 고단한 일이 있어 쉼의 달콤함을 안다. 사람 때문에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사람 덕분에 다시 웃는다.

평생현역으로 살려면 이 양면성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피곤함은 조금도 싫고 보람만 누리고 싶다거나, 의견 차이는 견디지 못하면서 좋은 관계만 바라기는 어렵다. 일을 한다는 것은 내 힘을 쓰는 것이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세계를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에게는 ‘긍정방정식’이 있다.

인정하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감사하게 된다.

‘왜 나만 이렇게 바쁜가’ 하다가도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인정하면, 바쁨의 의미가 달라진다. ‘저 사람은 왜 내 생각과 다를까’ 하다가도 ‘나와 살아온 길이 다르구나’ 하고 이해하면, 대화할 틈이 생긴다. 그렇게 시야가 넓어지면 불만 사이에서 고마운 것도 보인다.

인정한다고 부당함까지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일은 고치고, 지켜야 할 선은 지켜야 한다. 다만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내 삶을 지탱하는 일과 사람까지 통째로 미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오늘도 코칭을 마치면 목이 잠기고 몸은 피곤할 것이다. 입에서는 또 “아이고, 힘들다”는 소리가 나올지 모른다.

그러다가 내일 예약을 확인하며 슬쩍 웃을 것이다.

‘다행이다. 내일도 말공장 문을 열 수 있겠구나.’

천국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지옥이라고 투덜거리던 바로 그 자리에서, 고마운 이유 하나를 발견하는 순간 문이 열린다.


화술경영가 윤치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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