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영,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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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영, 그는 누구인가?
“무슨 일을 하십니까?”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나는 “책을 쓰고 강의를 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면 으레 다음 질문이 따라온다.
“무엇을 가르치시는데요?”
“말을 가르칩니다.”
말을 못 하는 사람도 아닌데, 말을 또 배워야 하느냐는 표정이다. 그럴 때는 조금 다르게 설명한다.
“부부싸움을 잘하고 싶은 분도 오시고, 연애를 잘하고 싶은 분도 오십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귀가 조금 열린다.
부부싸움에도 말이 필요하다. 마음은 “나 좀 알아 달라”인데 입에서는 “당신은 늘 그 모양이야”가 튀어나온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마음은 가득한데 막상 입을 열면 상대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마음이 있다고 저절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대전 둔산에서 윤치영YCY스피치를 운영하고 있다. 세상에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 대중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머릿속에서는 분명했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 길을 잃는 사람도 만난다.
“집에서는 잘했는데, 사람들 앞에만 서면 생각이 안 나요.”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말하고 싶은 내용을 막힘없이 전달하는 방법을 함께 연습한다. 상담·설득·소통·공감에 필요한 마인드와 화법을 연구하고, 코칭과 트레이닝을 통해 생활 속에서 활용하도록 돕는다.
말 한마디로 꼬인 관계를 풀고, 망설이던 기회를 붙잡고, 자기 삶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 내가 오랫동안 해 온 일이다.
나를 움직이는 생활철학도 있다.
공자는 『논어』 「옹야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씀 뒤에 한 문장을 더 붙이고 싶다.
“樂之者不如狂之者.” 낙지자불여광지자.
즐기는 사람도 미친 듯이 몰입하는 사람만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미침’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이다.
글을 쓰다가 문장 하나를 붙잡고 씨름하고, 강의를 준비하다가 더 좋은 사례가 떠올라 다시 고치고, 코칭을 마친 뒤에도 “어떻게 설명했으면 더 쉽게 이해했을까?”를 생각하는 것. 내게 몰입은 그런 모습이다.
무슨 일이든 마음을 쏟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성공도, 행복도, 사랑도 그만큼 정성을 들일 때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책상과 강단만 오가며 사는 사람은 아니다. 등산도 하고, 골프도 치고, 공원도 걷고, 트레킹 여행도 떠난다.
산을 오르면 숨이 차고 땀이 난다. 그럴 때는 복잡하던 생각도 잠시 조용해진다. 골프를 치다 보면 공 하나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사실 앞에서 겸손해진다. 강의할 때는 말이 술술 나와도, 골프공에게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공원 산책도 좋아한다. 걷다 보면 머릿속에서 엉켜 있던 생각이 풀리고, 책상 앞에서는 떠오르지 않던 문장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트레킹 여행에서는 낯선 길과 풍경,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재미를 누린다.
그렇게 걷고 만나며 얻은 이야기를 글과 강의에 담아 왔다. 30여 년 동안 『긍정화법』을 비롯해 40여 권의 책을 썼고, 청와대를 비롯해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3천여 회 출강했다. 면접과 진로 등 수많은 개인 코칭도 진행했다.
내가 하는 일을 ‘출세 코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중요한 기회 앞에서 자기 역량을 제대로 보여 주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다.
할 말이 있어도 삼키던 사람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사람들 앞에서 고개부터 숙이던 사람이 청중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이 일을 오래 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에게도 오랫동안 삶을 가르쳐 준 멘토가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다.
“스피치 강사의 멘토가 어린 왕자라고요?”
그렇다. 작은 별에서 온 그 소년에게 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법과 관계를 가꾸는 법을 배운다.
『어린 왕자』가 내게 준 첫 번째 깨달음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의 중요성이다. 여우가 알려 준 비밀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먼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본다. 표정과 말투를 보고 성격을 짐작하고, 짧은 대화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결론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사정이 있다.
무뚝뚝함 뒤에 서툰 애정이 있고, 날 선 말 뒤에 오래된 서운함이 있을 수 있다.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사람의 말을 가르치는 나 역시, 그 말 뒤에 있는 마음부터 들여다보려 한다.
두 번째 깨달음은 시간과 정성이 관계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에게 장미가 소중한 까닭은 그 장미를 위해 들인 시간에 있다.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며 함께한 시간이 그 장미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사람 사이도 그렇다. 바쁜 가운데 안부를 묻고, 시간을 내어 만나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동안 관계가 깊어진다.
나는 가끔 스스로 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돈 버는 일일까? 먹고사는 일일까?”
내가 생각하는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얼굴만큼이나 각양각색인 마음,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가는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내 곁에 머물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소통과 설득을 가르치는 나라고 늘 쉬울 리 없다. 그래서 더 듣고, 더 헤아리고, 시간을 들이려 한다. 내 말이 얼마나 그럴듯한지보다 상대에게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세 번째 깨달음은 관계에 따르는 책임이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이 길들인 존재에 대한 책임을 잊지 말라고 일러 준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장미에 대한 책임을 되새긴다.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내가 맺은 인연들을 돌아본다. 누군가가 마음을 열어 주었다면 그 마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가까워지는 기쁨을 누렸다면 그 관계를 소중하게 지켜 갈 책임도 받아들여야 한다.
『어린 왕자』는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도 새롭게 마음에 와닿는 구석이 있다. 같은 책을 읽는데도 내 경험에 따라 오래 머무는 문장이 달라진다. 그렇게 이 책은 내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하는 멘토이자 오랜 친구가 되었다.
친구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 곁의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혼밥, 혼술, 혼숙, 이제는 혼생(?)까지 이야기한다.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시대라지만, 나는 아직 혼자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좋은 풍경을 보면 함께 볼 사람이 떠오르고,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같이 먹을 사람이 생각난다.
등산할 때도, 강의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사람들과 함께한다. 함께 걷다가 숨이 차면 잠시 쉬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밥 한 끼 앞에 놓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강의에서는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일상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배우는 것도 많다. 살아온 길도,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서 만날 때마다 새롭게 듣게 되는 것이 있다.
책 속에서는 어린 왕자를 만나고, 일상에서는 내 곁의 사람들을 만난다. 어린 왕자와 그들 모두가 내 친구다.
앞으로도 쓰고 싶은 책과 하고 싶은 강의가 있다.
스피치테라피 시리즈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기』를 2020년 3월에 내놓았고, 두 번째 책으로 『성공인의 행복한 처세소통법—공감』을 준비해 놓았다. 세 번째는 『세상을 다 끌어안는 긍정화법』, 네 번째는 『박수받는 스피치 박수받는 인생』이다. 그리고 2027년 봄에는 『평생현역시대』를 출간할 예정이다.
오랜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글로 정리해, 사람들의 말과 관계, 일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계속 세상에 내놓고 싶다.
또 하나의 바람은 건강하게 백 세를 누리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이어 가고 싶다.
백 세에도 강의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우선 오늘의 체력부터 챙기겠다고 답하겠다. 오래 강의하려면 다리 힘도 있어야 하고, 목소리도 나와야 하며, 무엇보다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오늘도 걷고, 읽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죽는 순간까지 강의하며 평생현역으로 살고 싶다. 책을 쓰고, 강의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가 가진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싶다.
“윤치영, 그는 누구인가?”
책을 쓰다가 강의하러 가고, 강의를 마치면 사람을 만나고, 사람에게서 배운 것을 다시 글로 쓰는 사람.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걸어 보고 싶은 길도 많은 사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은 화술경영가 윤치영이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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