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時節因緣)_머물 때는 정성을 다하고, 떠날 때는 감사로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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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時節因緣)_머물 때는 정성을 다하고, 떠날 때는 감사로 보내라
한가위 연휴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이 떠올랐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잠시 이 세상에 머물다 가는 나그네인지도 모른다. 구름이 흘러가듯 사람을 만나고, 정을 나누고, 때가 되면 또 헤어진다. 붙잡고 싶어도 떠나는 사람이 있고, 잊고 싶어도 가슴에 오래 남는 사람이 있다.
고려가 망한 뒤, 길재 선생은 홀로 말을 타고 옛 도읍지 개성을 지나며 이렇게 읊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산과 강은 옛 모습 그대로인 듯하지만, 그곳을 누비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한 시대를 호령하던 권력도, 찬란했던 영화도 결국 한바탕 꿈처럼 흘러간 것이다.
인생길에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다. 당시에는 우연처럼 보였던 만남도 지나고 나면 모두 ‘시절인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절인연이란 때가 되어야 인연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때가 아니면 만나지 못하고,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인연이 다하면 떠나게 된다. 반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귀한 사람이 찾아와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인연은 소유가 아니라 동행이다. 영원히 내 곁에 붙들어 두는 것이 아니라, 허락된 시간만큼 함께 걷는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고 권불십년(權不十年), 십 년 가는 권세도 없다. 부귀영화도 일장춘몽이요, 청춘도 명예도 세월 앞에서는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해서 인생이 허무한 것은 아니다. 꽃이 지기 때문에 피어 있는 순간이 아름답고, 인연에 끝이 있기 때문에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떠날 것을 미리 걱정하며 정을 아낄 필요는 없다. 만났을 때 따뜻하게 대하고, 함께할 때 마음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헤어질 때가 오면 원망보다 감사로 보내주자.
떠난 인연을 붙잡고 미련을 두면 오늘의 인연을 놓친다. 지나간 세월만 돌아보면 지금 피어나는 꽃을 보지 못한다. 인생은 뒤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추억을 품고 앞으로 흘러가는 길이다.
나는 이제 이렇게 살고 싶다.
오는 인연은 반갑게 맞이하고,
머무는 인연에는 정성을 다하며,
떠나는 인연은 감사로 보내고 싶다.
미련일랑 두지 말자. 집착일랑 내려놓자. 억지로 붙잡지도 말고, 너무 서둘러 밀어내지도 말자. 만남에는 만남의 때가 있고, 이별에는 이별의 이유가 있다.
지나고 보면 모두 그 시절에 꼭 필요했던 사람이고, 그때의 나를 성장시킨 고마운 인연이었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다. 하지만 정처 없이 떠도는 길만은 아니다. 수많은 인연을 만나 사랑하고, 배우고,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길이다.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두되,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다하자.
그것이 시절인연을 대하는 가장 아름다운 자세이며, 나그네 같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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