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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워내는 삶

김영란 입력 2026.11.02 10:00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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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워내는 삶


시원시원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 가는 한 여성 사업가와 깊은 시간을 나누고 있다. 불굴의 의지로 삶의 고비를 건너온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인생 화두가 있었다.

주말이면 금산에 마련한 작은 동굴 같은 쉼터로 들어간다. 오백 년 넘은 앞마당 나무와 대화하고, 산야에 둘러싸인 텃밭을 일구며 새와 바람과 하늘에 마음을 내어준다.

자연과 교감하는 그녀의 모습은 당당하고 자유로웠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공업사 부지까지 매입하며 또 하나의 개척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뛰는 심장과 벅찬 회오리바람을 안고서도 한 걸음씩 전진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녀의 생각 속에는 자신의 성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의 복지와 가족의 생계, 새로운 시대를 향한 창조적 혁신, 미지의 땅을 개척하려는 도전이 함께 살아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과 연결될 수 있는지 새삼 경이롭다.

내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예순을 넘어서도 학문과 목회의 길을 향해 멈추지 않는 개척교회 여목사님,

주차장 하나 없는 사업의 척박한 자리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는 웨딩 사업가,

하루에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손님을 흔쾌히 감당하며 큰 식당을 일구어 낸 언니,

연무대 시골 어귀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성실과 신뢰로 기업을 일구어 낸 동생의 동경산업개발까지.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삶의 깃발을 세운 사람들이다.

세상에 태어나 충분히 배신당해 보았고, 울어 보았고, 아파 보았으며, 고통의 골짜기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주저앉지 않았다.

다시 일어서고, 견뎌 내고, 또다시 깃발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자랑스럽다. 역경은 삶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내면을 단단하게 세우는 근력이 되기도 한다.

내가 그들의 삶에서 발견하는 것은 성공의 크기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존엄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나 역시 다시 일어선다.

시민대학과 학교 수업, 요양원 수업을 앞두고 일주일 내내 그들의 표정과 움직임, 마음과 감정을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 수업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애틋한 마음의 여정이다.

지난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아이돌봄사 보수교육을 진행했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소망 어린 눈빛과 마주하며 열망의 꽃을 피워 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동안 내 안의 교육이라는 심지도 함께 타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악동뮤지션의 노래가 세상에 밝은 울림을 전하듯, 한 사람의 진솔한 삶도 누군가의 가슴에 선한 물결을 일으킨다.

결국 선한 영향력이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삶을 성실히 살아 내고 그 온기로 누군가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일이 아닐까.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부드럽지만 강인하게, 따뜻하지만 힘 있게.

삶이 흔들려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누군가의 내일에 작은 불빛 하나 밝혀 주며.

오늘도 그렇게 유유히, 그러나 힘차게 살아내야겠다.


글/김영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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