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오만과 편견 - ‘내 것이 기준’이라는 착각
기사 본문
문화의 오만과 편견 - ‘내 것이 기준’이라는 착각
우리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낯선 문화와 생활방식을 접하면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익숙한 것은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생각되지만, 생소함은 어색하고 때로는 이상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 시작된다.
최근 미국 음악계에서 BTS(방탄소년단)를 둘러싸고 제기된 음악 장르와 문화적 분류에 관한 논쟁은 문화의 오만과 편견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정 지역이나 언어를 기준으로 음악을 구분하는 방식은 단순한 장르 분류를 넘어선다. 이는 오늘날 문화적 경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이 사례에서 BTS의 세계적 성공은 더 이상 특정 국가나 언어권의 문화가 세계 문화의 주변부에 머무는 시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문화는 어느 한 측면이나 모습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문화는 한 사회가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역사와 생활양식, 가치관, 환경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는 공동체의 산물이다. 일상의 인사법과 식사 예절, 말투와 몸짓,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도 문화의 표현이다. 따라서 문화의 차이를 곧바로 우열의 차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며, 익숙하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문화적 차이는 서로 다른 역사와 환경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형성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이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데 있다. ‘우리의 방식이 더 합리적이다’, ‘우리의 문화가 더 발전했다’라는 생각은 어느 순간 문화적 오만이 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나라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거나 ‘그 지역 사람들은 모두 그렇다’는 식의 편견과 일반화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모든 것을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과 모든 문화적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인간의 존엄과 인권, 안전과 같은 보편적 가치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지켜져야 한다.
결국 문화 이해에 필요한 것은 문화 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와 문화 감수성(cultural sensitivity)의 균형이다. 다른 문화를 그 사회의 역사와 맥락 속에서 이해하되, 자신의 기준을 절대화하지 않는 태도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것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상하다’고 단정하기 전에 그 행동의 배경을 살펴보게 하고, 동시에 내가 가진 판단의 기준이 과연 보편적인 것인지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완벽한 문화는 없다. 그래서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내가 속한 문화에도 장점과 한계가 있고, 다른 문화에도 배울 점과 비판할 점이 함께 존재한다. 문화 간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아니다.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태도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오늘날 문화적 다양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을 나와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다. 문화적 성숙의 수준은 ‘다른 문화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낯선 문화를 접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서 판가름된다. 낯선 것을 비웃지 않는 것, 이해하기 전에 단정하지 않는 것, 잘못 판단했다면 기꺼이 생각을 바꾸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적 성숙의 출발점이다.
문화적 오만은 ‘내 것이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문화적 편견은 ‘나와 다르면 틀렸다’라고 단정하는 순간 생겨난다. 다른 문화를 존중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먼저 이해하고, 그다음에 판단하는 것이다. 결국 문화적 성숙이란 ‘다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글/강경표 교수(행정학박사)
hanbitinews@naver.com
저작권 Ⓒ (한빛국제뉴스)무단전재 및 재 배포 금지
후원:(하나은행)702-911245-65807
예금주:한빛국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