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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시네요

한빛국제뉴스 입력 2026.08.23 13:33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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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시네요.”

참 좋은 말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이렇게 말해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많이 변하셨네요.”라는 말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세월이 흘렀으니 외모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여전하시네요.”라는 말에는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당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군요. '예전처럼 한결같군요.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군요.'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인생에서 받을 수 있는 꽤 멋진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여전하다’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여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백조를 보십시오.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는 얼마나 우아합니까?

천천히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입니다.

“참 여유롭다.”, “참 평화롭다.”, “저렇게 한가롭게 살고 싶다.” 그런데 물밑을 한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발을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쉼 없이 물갈퀴질을 합니다. 겉은 평온하지만 속은 부지런합니다. 저는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머, 여전하시네요.”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몸과 마음을 관리하면서 오늘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여전함의 비밀은 ‘정지’가 아니라 ‘움직임’입니다. 저는 사람이 여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초심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간절합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렇고,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도 그렇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습니다.

“잘해보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도움을 주고 싶다.”, “배우고 싶다.”

처음에는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집니다. 익숙해지면 편해집니다. 편해지면 긴장이 풀립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 정도면 됐지.” 라는 생각이 들어옵니다. 바로 그때부터 사람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고객 한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했는데 나중에는 귀찮아지고, 처음에는 전화 한 통에도 고마워했는데 나중에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처음에는 배우는 것이 즐거웠는데 나중에는 “내가 뭘 더 배워?”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은 늙기 시작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를 멈추는 순간 늙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70대가 되었는데도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면 가장 먼저 배웁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그 나이에 스마트폰을 그렇게 열심히 배워서 뭐 하시려고요?”

그분이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내가 스마트폰을 배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배우는 사람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게 중요하지.”

멋진 말 아닙니까? 나이가 들어도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은 젊습니다.

처음의 간절함, 처음의 겸손함, 처음의 호기심,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의 고마움을 잃지 않는 것-그것이 여전함입니다.


둘째,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여전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변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변하는 것입니다. 이 말이 조금 역설적이지요. 하지만 인생은 그렇습니다.

세상이 변하는데 나만 변하지 않으면 결국 뒤처집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는데도 종이만 고집하고, AI 시대가 왔는데도 예전 방식만 고집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는데도 과거의 기준만 들이대면 그것은 ‘여전함’이 아니라 ‘고집’입니다.

진짜 여전한 사람은 시대에 맞게 계속 변합니다. 말하는 방법도 바꾸고, 배우는 방법도 바꾸고, 일하는 방법도 바꿉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 사람을 만나면 말합니다.

“참, 여전하시네요.”

왜 그럴까요? 방법은 변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책으로 공부했다면 지금은 유튜브나 A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직접 만나야 소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SNS와 화상회의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얼마든지 바뀌어도

“나는 계속 배우겠다.”, “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겠다.”, “나는 내 일을 성실하게 하겠다.” 라는 중심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짜 여전함입니다.


셋째, 사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을 오래 살아보면 결국 남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돈도 중요합니다. 명예도 중요합니다. 성공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입니다.

누가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는지, 내가 누구에게 힘이 되어주었는지, 어려울 때 누가 내 손을 잡아주었는지, 내가 누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는지. 결국 인생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은 흔적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은 사람을 참 오래 만납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맞이합니다.

“아이고, 잘 지냈어요?”, “그때 그 일은 잘됐어요?”

상대방이 몇 년 전에 했던 이야기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분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만난 사람을 쉽게 잊지 않으니까요. 그분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오래 기억하세요?”

그랬더니 웃으면서 말합니다.

“사람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면 기억하게 돼.”

참 간단합니다.

관심이 있으면 기억합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면 연락하게 됩니다. 고마우면 표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작은 인연들이 어느 순간 인생의 큰 자산이 됩니다.

‘여전함’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잘될 때 잘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찾아올 때 친절한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내가 힘들 때입니다.

내가 바쁠 때, 내가 손해 볼 때, 상대방에게 얻을 것이 없을 때도 똑같이 사람을 대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짜 인품은 잘될 때보다 어려울 때 드러납니다.

어떤 사람은 성공하기 전에는 모든 사람에게 깍듯합니다. 그런데 성공하고 나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식당 종업원에게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더니,

성공하고 나서는 함부로 대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성공해도 똑같습니다. 식당에 가서도 “고맙습니다.” 택시를 타고도 “수고하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도 “잘 지냈지?”라고 먼저 손을 내밉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우리도 모르게 말합니다. “참, 여전하시네요.”

그 말에는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우리를 계속 바꾸기 때문입니다.

돈이 생기면 태도가 바뀌기도 하고, 직급이 올라가면 말투가 바뀌기도 하고, 유명해지면 주변 사람을 다르게 보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 자신감을 잃기도 합니다. 사업에 실패하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한두 번 배신을 당하면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너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처음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리고 또 하나, “달라져야 할 것은 제대로 달라졌는가?

그런데도 절대로 달라지지 말아야 할 것은 지키고 있는가?”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지혜는 늘어야 합니다. 경험도 많아져야 합니다. 실력도 좋아져야 합니다. 경제력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겸손함, 성실함, 따뜻함,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그대로여야 합니다.

그것이 본질입니다.

여전한 사람에게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전과 똑같이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 내가 잘될 때나 어려울 때나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 나이가 들어도 계속 배우는 사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변하지 않겠구나.”, “내가 어려울 때도 이 사람은 나를 외면하지 않겠구나.” 그 신뢰가 쌓이면 관계는 오래갑니다. 결국 여전함은 신뢰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인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잔잔하게, 속으로는 끊임없이 백조는 물 위에서는 평온합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움직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겉으로는 여유롭게, 속으로는 부지런하게...

겉으로는 웃으며, 속으로는 끊임없이 배우며...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그리고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내가 지켜야 할 사람, 내가 지켜야 할 가치, 내가 지켜야 할 약속은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여전하시네요.” 그때는 이렇게 대답해도 좋겠습니다.

“그렇죠. 많이 변했죠.” 상대가 의아해하면 웃으면서 말합니다.

“세상에 맞춰서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변하면 안 되는 것은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것이 진짜 여전함 아닐까요?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지키는 사람...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시간이 흘러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여전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인생을 오래 살아 누군가에게 “참, 여전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당신 참 잘 살아왔군요.”라는 말과 같은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백조처럼 살아봅시다.

물 위에서는 여유롭게, 물밑에서는 부지런하게. 세상에 맞춰 끊임없이 변하되,

내가 지켜야 할 본질만큼은 끝까지 지키면서... 그래서 먼 훗날 누군가를 다시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여전하시네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 참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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