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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사람 사이, 미래를 읽다(1)

한빛국제뉴스 입력 2026.08.18 19:24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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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사람을 닮아야 하는가 : 스마트시티의 첫 질문




도시는 건물과 도로, 신호등과 전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삶을 담는 그릇」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손을 잡고 걸었던 골목이고,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집으로 가는 길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을 시작하는 낯선 거리다. 그래서 좋은 도시는 단지 높고 새롭고 빠른 도시가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관계, 기쁨과 슬픔을 품을 줄 아는 도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는 '스마트시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와 같은 과학기술은 도시의 문제를 더 빠르고 정교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교통 혼잡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일은 분명 우리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도시가 기술적으로 똑똑해지는 것만으로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효율성과 합리성만으로 살아가지는 않는다. 작렬하는 뙤약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로 천천히 걷기도 하고, 바쁜 일상을 탈출할 목적으로 이른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상큼한 새벽 공기를 가슴이 터질 만큼 호흡하기도 한다. 이름을 불러 주는 이웃을 만나고 싶어 한다. 벤치 하나가 있는 작은 쉼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골목, 노인이 안심하고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 휠체어와 유모차가 막힘없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시민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언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도시는 누구를 편하게 하는가. 누구의 시간을 아껴 주는가. 그리고 누구를 외롭게 남겨 두는가. 스마트폰 화면으로 모든 것을 예약하고 주문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혼자 식사하고 혼자 아프며 혼자 늙어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기술이 알아서 돌보아 주지는 않는다. 도시의 진정한 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데 있지 않고, 그 데이터 뒤에 있는 한 사람의 표정과 사정을 헤아리는 데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을 닮은 도시는 약한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어린이에게는 안전한 통학길을, 장애인에게는 자유로운 이동을, 청년에게는 도전할 기회를, 어르신에게는 존엄한 일상을 보장하려 한다. 또한 낯선 이들이 서로를 경계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지워지지 않도록 기억의 장소를 지킨다. 도시의 품격은 화려한 랜드마크보다도 가장 느린 사람의 걸음에 얼마나 보조를 맞추는가에서 드러난다.

 

스마트시티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도시를 분석하고, 센서가 위험을 감지하며, 디지털 공간이 현실을 정교하게 비추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사람의 온기와 공동체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미래도시를 향한 첫 질문은 "얼마나 똑똑한 도시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이다.


글/임승철(충남대학교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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