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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익어가는 칠월

한빛국제뉴스 입력 2026.08.18 19:00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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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교수-마음의 편지] "청포도 익어가는 칠월"

 

어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아이돌봄사 경력자반 수업을 했다.
그분들의 눈빛에는 아동발달을 향한 갈급함이 있었고, 새로운 삶을 향한 취업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자세로 배움에 몰입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히려 내가 더 큰 힘을 얻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던 배움의 여운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은혜가 되었다.


배운다는 것은 마음의 창을 넓혀 유연해지는 일이고,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의 샘을 길어 올려 서로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임을 다시 배웠다. 그런데 하루의 끝에서 더 큰 깨달음이 찾아왔다.

손녀가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문틈에 손이 끼어 119를 부르고 온 가족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겪었다. 
놀란 마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아이는 작은 입으로  "삐요삐요가 왔다 갔다 했어." 하며 손을 내밀어 열심히 설명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소파를 뛰어다니며 환하게 웃었다.

그 맑은 웃음을 바라보며 문득 말씀이 떠올랐다."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아이의 웃음은 두려움을 오래 붙들지 않았고, 생명을 주신 분을 온몸으로 신뢰하는 것처럼 
다시 기쁨으로 돌아갔다.

아가의웃음머리카락 하나, 털끝 하나까지도 지켜 주신다는 약속이 얼마나 크고 깊은 은혜인지 
다시 마음에 새겨졌다. 돌아보면 내 삶 또한 수없이 넘어질 뻔한 순간마다 붙들어 주시고, 건져 올려 주시며 
여기까지 인도해 주셨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다. 믿고, 신뢰하며, 조용히 그분께 삶을 맡긴다.
어머니께서는 증손녀가 미역국을 잘 먹는다는 말을 들으시자 밤새 사태살과 양지살을 
푹 삶아 들통 가득 보내주셨다. 

평생 고난의 숲을 묵묵히 걸어오신 작은 몸. 부모라는 이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어머니의 손맛이 다시 가르쳐 주었다.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배우며 살다가, 결국 사랑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빗소리를 들으며 미역국 한 그릇과 김치 한 접시를 앞에 두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감사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의 언어가 아니라, 받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의 고백임을 오늘도 배운다.
부모님께서 남기신 삶의 발자취를 따라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믿음의 길 끝에서 
다시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게 되리라.​

오늘도 그 소망 하나 품고,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감사는 지나온 길을 은혜로 바꾸고, 믿음은 앞으로의 길을 소망으로 밝힌다."
그 은혜 안에서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글/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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