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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한숨이

한빛국제뉴스 입력 2026.08.18 19:20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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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한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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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몸의 바이오리듬이 평소와 달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몸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번져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경직이라는 손님은 결코 반갑지 않았지만, 시민대학 「감정의 정비소, 마음이 치유되는 순간들」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나는 그 불편한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숨은 조금 답답했고 마음속 질서는 잠시 흐트러졌다. 그리고 무의식의 작은 흔들림은 결국 앞차를 가볍게 들이받는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차량은 크게 파손되지 않았고, 다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놀란 마음을 안고 보험사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내 안에서는 또 다른 사고가 시작되고 있었다.


'왜 또 그랬을까.'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자동적으로 튀어나온 생각들은 이내 자책을 불러왔다. 한숨과 속상함, 긴장과 불편함이 연이어 밀려오자 오래전의 실수들까지 하나둘 소환되었다. 부정적인 신념은 나의 에너지를 모두 빼앗으려는 듯 거세게 몰아쳤다.


그 순간, 문득 시민대학 수강생들의 따뜻한 눈빛이 스쳤다.


"부정적인 감정도 결국은 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수업 시간, 내가 담담히 전했던 그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여 주시던 선한 얼굴들. 오늘은 도리어 내가 뱉은 그 말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대신, 글을 쓰는 '마음편지'를 선택했다.


좋은 마음만으로 가득 찬 삶은 없다. 고마운 마음도, 행복한 동기도 소중하지만 때로는 불안과 우울, 두려움,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분노까지도 엄연한 삶의 일부다.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 감정마저 품을 줄 아는 사람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법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비 효과'를 떠올린다. 오늘의 작은 멈춤 하나가 내일의 더 큰 안전을 만들 수 있다. 오늘의 사고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심하자"는 소중한 메시지가 되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오늘의 실수는 내일의 지혜가 된다.


나는 내 이름을 여러 번 조용히 불러보았다. 괜찮아. 천천히 가자. 그럴 수도 있었어. 많이 피곤했구나. 생각이 참 많았네.

그렇게 나를 다그치던 손을 거두고, 나를 다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자책이라는 칼날을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글을 쓰는 시간은 한숨이 복식호흡으로 바뀌는 기적의 시간이다. 마음속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감정들은 비로소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다시 고요한 파동이 되어 내 안에 머문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 나를 포근히 품어주었던 것처럼 안도의 숨이 조용히 나를 감싸 안는다.


때마침 멀리 제주에서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정성껏 키운 단호박이 도착했다.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바라지 않고 건네진 따뜻한 마음. 그 순수한 사랑 앞에서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다시 살아나는 존재임을 오늘도 눈물겹게 배웁니다.


나 또한 누군가의 불안을 덜어주고, 누군가의 시린 마음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가슴 깊은 곳으로 따뜻한 온기가 스며든다. 무겁던 찔레꽃 한숨은 서서히 가벼워지고, 마침내 하얀 웃음꽃 하나가 조용히 피어난다.


글/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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