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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게 하시니

김영란 입력 2026.08.31 10:24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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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게 하시니

부르심이 닿은 자리세상에 어떤 유능한 강의보다 평생 교회 안에서 믿음으로 성장해 온 나는 마지막에는 오직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고 싶습니다.

탄식하듯 기도하던 어느 날, 마음을 토설하듯 중얼거리며 간절히 부르짖었던 그 기도에 불현듯 응답이라도 하듯 지인 남선교회 회장 장로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자들교회 옥천수양관에서 회장단 워크숍이 있습니다. 특별강사로 와주십시오.” 참으로 묘했다. 내가 부르짖었던 그 시간과 초대의 순간이 어쩌면 그렇게 맞닿아 있는지.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시간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는 것을 나는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정교하고 놀라운 그분의 섭리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옥천수양관은 깊은 산중에 있었다. 

맑은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고 푸른 산새의 노래가 머무는 곳,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골짜기 깊숙한 곳에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교회에서 가장 앞에 서서 수많은 사람의 기댈 품이 되어온 든든한 회장님들이 앉아 있었다. 평생 책임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사람들보다 먼저 고민하고, 때로는 자신을 내려놓으며 믿음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세월에 단련된 큰 나무 같았고 나는 그들 앞에서 말보다 먼저 마음을 읽고 싶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내려앉아 있던 수고와 외로움, 책임과 무게를 헤아리며 ‘위로’라는 아름다운 보고(寶庫)의 말씀을 전했다. 

말씀을 전하는 동안 오히려 내 마음이 먼저 위로받았다. 그리고 삼십 년 전, 논산에서 놀뫼합창단으로 함께했던 장로님을 다시 만났다. 세월의 풍금이 한 음 한 음 울리듯 그때의 시간이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젊었던 날의 얼굴들, 함께 웃고 노래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 세월을 지나 믿음 하나 붙들고 여기까지 살아낸 우리의 삶이 한 편의 역사처럼 펼쳐졌다. 그 순간 나는 날아오를 듯 기뻤다. 

가슴 깊은 곳에서 희열이 차오르고 잠들어 있던 기상이 다시 날개를 폈다. 마치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하신 말씀처럼 내 영혼도 다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했다. 아, 내가 서야 할 자리가 이곳이었구나. 사람을 세우고 상한 마음을 품고 말씀으로 위로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네는 자리. 내가 애써 찾아 헤매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그분의 때에 그분의 방법으로 나를 그 자리까지 데려가신다. 

오늘 나는 다시 기도한다. 주님, 제가 서야 할 자리를 잊지 않게 하소서. 부르심에 응답한 이 자리를 제 욕심으로 더럽히지 않게 하소서. 내 심장이 다시 뛰게 하시고, 내 영혼이 다시 깨어나게 하시며, 상한 마음을 회복시키고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사람으로 온전히 당신 앞에 다시 서게 하소서.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나를 부르신 분이 계시기에 오늘도 걸어갑니다. 

기도가 길을 만들고 부르심이 나를 일으키며 하나님의 섭리가 나를 그 자리로 이끕니다. 오늘도 살아 있음이 감사하고, 다시 부르심을 들을 수 있음이 감사하며,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다시 서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살아 있음이 감사합니다. 다시 조용히 그분 앞에 서서 고요한 찬양 부르게 하소서


글/김영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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