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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떡이라면 외할머니 떡

윤치영 입력 2026.08.28 09:44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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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떡이라면 외할머니 떡


그동안 조금 소원했던 분으로부터 어느 날 카톡이 하나 왔다.

“월 1~2만 원대로 가입할 수 있는 비통치 1억 보험이 있는데, 한번 알아보세요.”

내용을 보니 꽤 괜찮은 정보다. 조건도 나쁘지 않고, 보험료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내가 그분에게 전화를 걸어

“그 상품 제가 가입할게요!” 할까?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정보가 아무리 좋아도 관계가 멀어졌다면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같은 떡이라면 외할머니 떡”이라는 말이 있다. 떡의 맛만 놓고 보면 어느 떡이 더 맛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같은 값, 같은 조건이라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내가 잘 아는 사람, 나와 가까운 사람이 만든 떡을 집는다.

왜 그럴까? 떡 때문이 아니다. 관계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한 대 산다고 해보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A대리점이 가격도 좋고 조건도 괜찮다. 그런데 마침 10년째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자동차 영업사원이다.

친구에게 전화한다.

“야, 조건 한번 봐줘.”

왜 그럴까? 친구가 더 싸게 해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서비스가 월등하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부동산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그렇고, 심지어 식당도 그렇다.

“거기 괜찮아?”

“응, 내가 아는 사람이 하는 데야.”

이 한마디가 때로는 별 다섯 개짜리 리뷰보다 강력하다. 그래서 영업은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쌓는 일이다. 물론 상품이 좋아야 한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실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슷한 상품과 비슷한 가격이라면 마지막 선택은 결국 사람에게 간다.


그렇다면 돌발 퀴즈!

“어떻게 하면 가까운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길들여지는 것이다.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리는가?

사람은 자주 만나고, 자주 보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린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사람도 몇 번 만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마음이 열린다. 마음이 열리면 신뢰가 생긴다. 결국 관계란 시간이 만든 익숙함이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도 여우는 왕자에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 사이도 똑같다.

한 번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았다고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밥 한 번 먹었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생일이면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슬쩍 안부를 묻고,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가끔 차 한잔 나누는 것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이렇게 묻는 사람보다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오래 기억된다.


실제로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품 설명부터 하지 않는다. 오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자녀분은 잘 지내죠?”

“지난번에 말씀하신 그 일은 잘 해결됐어요?”

이런 사소한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신뢰라는 자산이 된다. 그러다 어느 날 고객에게 보험이 필요해진다. 그때 고객은 인터넷 검색부터 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보험설계사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바로 그 순간을 만드는 것이 영업이다. 영업의 고수는 물건을 많이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영업을 잘하고 싶은가?

오늘 당장 상품 설명부터 하지 마라. 사람을 만나고, 안부를 묻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축하하고, 위로하고, 함께 웃어라.

관계에는 시간이 들어간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친해지지 않는다. 화분에 물을 한 번 줬다고 꽃이 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 조금씩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줘야 꽃이 핀다.

관계도 그렇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관계가 자라고, 관계가 자란 만큼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인 만큼 기회가 찾아온다. 그래서 영업의 첫 번째 자산은 상품이 아니다. 사람이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영업전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주 보고, 오래 보고, 진심으로 대하라.”

같은 떡이라면 외할머니 떡이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믿는 사람의 떡을 산다.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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