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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길을 묻지 않는다.

한빛국제뉴스 입력 2026.08.18 19:08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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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골로 이사를 온 지도 어느덧 몇 해가 흘렀다.

상처 난 초록도 있고, 햇빛에 그을린 잎도 있으며,

막 피어난 연두도 있고, 짙푸른 생명력을 품은 잎사귀도 있다.

숲은 어느 하나 같은 모습이 없지만,

그 모두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와 숲을 깨우는 새들의 노랫소리는

마음을 천천히, 그리고 맑게 씻어 준다.




크고 작은 돌을 감싸 안으며 묵묵히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굳어 있던 마음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조급했던 생각도 잔잔해진다.

언젠가 잠을 자면서도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며 '힘을 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웠다.

숲은 말없이 알려준다.


  • 애써 붙잡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고,

  • 흘려보내야 비로소 가벼워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 줄기와 가지마다 상처의 흔적은 남았지만,

나무들은 그 모습 그대로 계절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삶도 자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아도 다시 푸르러질 수 있고,

흔들렸던 시간도 결국은 삶의 나이테가 된다.


한없이 물소리에 귀를 맡기고 있으면

욕심의 거친 결도,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이기심도,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욕망도 계곡물처럼 조금씩 흘러간다.

붙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을 때 마음은 더 넓어지고,

비워질수록 삶은 오히려 풍성해진다.

오늘도 수통골은 내게 쉼을 선물하는 골짜기다.

모기 기피제를 뿌리고 왔더니 산모기도 달려들지 않아, 그 또한 작은 감사가 된다.

수없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 물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 숲은 서두르지 않으며,

  • 계절은 자신의 때를 놓치지 않는다.

자연은 아무 말 없이 삶의 순환과 순리를 보여 준다.

오늘도 물소리에서 마음을 씻고, 숲의 깊은 숨결에서 삶의 여유를 배우며,

흘려보낼 것은 흘려보내고 품어야 할 것은 품으며 살아가려 한다.

인생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감사하며 살아낸 하루는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그래서 오늘도,

훅 하고 밀려오는 감사 앞에 조용히 미소 짓는다.

"고마워."


글/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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