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곳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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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교수-마음의 편지] "기댈곳이 필요해"
거센 물줄기의 표류를 바라본다.
산허리를 감아 흐르는 물소리는 청년의 기백처럼 힘차고, 그 생명의 울림은 새벽을 걸어본 사람만이 아는 축복이다.
자연은 오늘도 조용히 말한다.
흐르는 것은 살아 있고, 멈춘 것은 서서히 메말라 간다고. 어제 이른 아침, 대전 CEO 대표들을 대상으로 조찬 특강을 했다.
성공보다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성과보다 사람을, 지식보다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강의의 문을 열며 김필의 〈기댈 곳〉을 함께 들었다. "괜찮은 척하기가 혹시 힘들었나요..."
노래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의 문을 열었다.
애써 괜찮은 척하며 살아온 사람들,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눈물을 삼켜온 사람들이 말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사람은 강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기댈 곳이 있어서 다시 일어선다.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 양모와 양가죽을 거래하던 아버지가 모욕을 당하면서도 맞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린 마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두려움과 실망, 연민이 함께 밀려왔고, 그 경험은 훗날 인간의 무의식과 감정을 탐구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상처와 사랑, 두려움과 희망이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보이는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사연이 더 깊고, 들리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 숲을 울리는 까마귀의 울음도 이유를 알 수 없듯, 사람의 마음 또한 쉽게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판단보다 이해를, 충고보다 경청을, 비난보다 공감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싶다.
인생은 바람이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흘려보낼 줄 알 때 비로소 삶은 아름다워진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사랑했고, 얼마나 따뜻하게 품어 주었는가이다.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건네는 한마디가 누군가의 상처를 덜어 주고, 내 작은 공감 하나가 누군가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낮은 곳으로 향하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지나가되, 누군가의 마음에는 오래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면, 오늘도 참 잘 살아낸 하루일 것이다.
글/김영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