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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노래를 들려 드릴까요?

윤치영 입력 2026.10.14 20:36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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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노래를 들려 드릴까요? 


“무슨 노래를 들려 드릴까요?”

노래를 고르는 일은 추억을 고르는 일이다. 제목 하나를 떠올렸을 뿐인데, 잊고 지내던 얼굴이 나타나고 오래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내게도 시절인연이 그리울 때 부르는 노래들이 있다.

이미자의 노래를 요요미의 목소리로 「사랑혔는데」 듣다 보면, 옛 정서가 새롭게 다가온다. 같은 노래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다른 빛깔을 낸다. 오래된 추억에 젊은 목소리가 앉으니, 지나간 시절도 다시 생기를 얻는다.

소냐가 부르는 「파초」를 들으면 삶의 순간들이 영롱한 이슬처럼 느껴진다. 붙잡아 둘 수 없어서 더 귀하고, 잠깐 반짝이기에 더 아름다운 순간들. 함께 웃었던 시간, 말없이 곁을 지켜 주었던 사람, 돌아보니 참 고마웠던 만남들이 떠오른다.

어니언스의 「편지」는 나를 고교 시절로 데려간다.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마음을 전하려면 종이 앞에 앉아야 했다. 한 줄 쓰고 망설이고, 지우고 다시 썼다. 편지는 짧아도 마음은 오래 걸렸다.

요즘은 문자를 보내면 바로 도착한다. 그런데 그때는 편지가 도착하기 전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괜히 우편함을 들여다보던 마음. 「편지」를 부르면 그 풋풋한 시절이 돌아온다.

장현의 「나는 너를」은 제목부터 마음을 붙잡는다.

‘나는 너를….’

그 뒤에 무슨 말을 붙일 것인가.

좋아했다. 기다렸다. 잊지 못했다.

살다 보면 끝내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 노래는 그런 마음을 대신 이어 준다. 평소에는 쑥스러워 못 하던 말도 노래 속에서는 제법 당당하게 나온다.

「사랑 참」을 부를 때는 사랑의 애절함을 생각한다.

사랑, 참 어렵다. 가까워지면 잘하고 싶고, 멀어지면 붙잡고 싶고, 지나가면 그리워진다. 머리로는 정리했다는데 마음은 아직 퇴근을 안 했다.

“이제 잊었어.”

그렇게 말하고는 그 사람 생각나는 노래를 또 고른다. 마음은 말보다 솔직하다.

나훈아의 「애정이 꽃피던 시절」과 「모정의 세월」을 부르면 고향과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릴 때는 집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때의 집과 밥상과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밥은 먹었니?”

그때는 늘 듣던 말이었다. 이제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안다.

고향은 지도 위의 장소이면서, 나를 기다려 주던 사람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고향을 떠올리면 풍경보다 얼굴이 먼저 생각난다.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에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내가 노래자랑에 나가 불렀던 곡이다. 최애곡중 하나.

강의는 수없이 해 봤어도 노래 무대는 또 다르다. 말할 때는 내 박자로 가면 되지만, 노래할 때는 반주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한 박자 늦으면 반주는 벌써 저 앞에 가 있다. 그래도 불렀다. 잘하려고만 하면 시작을 못 한다. 일단 마이크를 잡아야 내 노래가 나온다. 무대에 올라 불러 본 기억은, 집에서 완벽하게 부른 노래보다 오래 남는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도 즐겨 부르는 곡이다.

내 기억에 남은 콘서트장의 익살스러운 멘트가 있다.

“여기 오신 분들, 다 불륜이죠?”

객석을 웃게 하는 농담 한마디. 애절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웃음으로 마음을 풀어 주는 그 여유가 재미있다.

노래 제목이 「애인 있어요」라고 해서 꼭 옆자리에 애인이 있어야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현재의 사랑을, 누군가는 지나간 사랑을, 누군가는 마음속에만 간직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같은 노래를 듣지만, 각자 다른 얼굴을 만난다.

「오늘 같은 밤」,「여러분」「해변의 여인」과 「꿈속의 사랑」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잘 어울린다. 바쁘게 코칭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밤, 노래 한 곡을 부르면 낮 동안 미처 살피지 못한 내 마음이 들린다.

오늘도 수고했다는 마음, 문득 누군가 보고 싶다는 마음, 아직 내 안에 설렘이 남아 있다는 마음.

나는 그 마음이 반갑다. 평생현역은 일만 계속하는 삶이 아니다. 감동하고, 그리워하고, 노래할 마음도 함께 살아 있어야 한다.

추억이 있다는 것은 살아온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음을 나눈 인연이 있었다는 뜻이다.

시절인연은 지나가도 그때 함께 들었던 노래는 남는다. 전주 몇 마디만으로도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묻는다.

“무슨 노래를 들려 드릴까요?”

고교 시절이 그리우면 「편지」를,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모정의 세월」을, 마음 한편에 사랑이 남아 있다면 「애인 있어요」를 부르겠다.

그리고 내 삶에 다시 힘을 주고 싶은 날에는 「흙에 살리라」를 호쾌하게 부르겠다.

노래 한 곡에 그리운 얼굴을 담고, 살아온 날들을 담고, 아직 남아 있는 설렘을 담아서...


글/화술경영가 윤치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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